⑪ 독일 피지컬 AI 현황: 지멘스, BMW, 그리고 로봇 유니콘의 반격
인더스트리 4.0을 넘어 '행동하는 AI'로. 독일 산업계가 피지컬 AI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베를린 팩토리의 휴머노이드 실험부터 지멘스의 산업용 메타버스 구현까지, 제조 강국 독일이 보여주는 2025년 로봇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를 확인하세요.
한때 '유럽의 엔진'이자 정밀 공학의 세계적 모범으로 칭송받던 독일의 산업 지형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지정학적 변동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그리고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가하는 거센 압박은 독일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데요. 독일의 생산성은 15년째 거의 증가하지 않았으며, 자동차와 기계류의 수출 점유율은 감소중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독일에게 남은 기회의 시간이 불과 '24개월' 남짓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짧은 기간 내에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차세대 공장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한 국가들에게 산업 주도권을 영구히 내어줄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빅테크가 주도하는 미국의 피지컬 AI 경쟁을 다뤘는데요. 이번에는 독일 산업계가 피지컬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독일이 피지컬 AI에 사활을 건 이유
지난 10여 년간 독일 제조업 정책의 핵심은 '인더스트리 4.0'이었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연결성 강화, 방대한 데이터 수집, 사이버-물리 시스템(CPS)의 구축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인더스트리 4.0이 공정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행동 자체를 디지털화하고 '자율적 실행'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5년 현재, 독일에서 피지컬 AI의 급부상은 세 가지 핵심 기술에 기인합니다.
- 로보틱스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비전-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 VLA) 모델이 로봇 제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와 같은 기업들이 개발한 '두뇌'는 로봇이 특정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같은 초실감형 가상 환경에서의 학습은 로봇에게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단 몇 초 만에 경험하게 합니다.
- 고성능 엣지 컴퓨팅: 복잡한 AI 모델을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로봇 내부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엣지 칩의 보급은 독일 산업 안전 기준이 요구하는 낮은 지연 시간(Low Latency)과 높은 보안성을 충족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피지컬 AI 도입은 기술적 호기심이 아닌 경제적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25' 보고서는 로봇 공학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예견하지만, 독일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독일에서의 로봇 도입은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빈 일자리'를 메우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입니다. 독일 제조업이 본토에 머물기 위해서는 인간 대비 로봇의 비율을 극적으로 높여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자동차 및 기계 공학 등 독일의 핵심 경쟁 분야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기술 추격에 맞서기 위해 독일 기업들은 그들이 가진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인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활용해야 합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노하우를 피지컬 AI 에이전트에 이식함으로써, 단순 자동화가 아닌 '숙련된 장인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독일의 전략입니다.
2. 자동차 업계의 '휴머노이드' 도입 경쟁
독일 경제의 심장인 자동차 산업은 현재 전동화로의 급격한 전환, 내연기관 수요 급감, BYD나 샤오펑(XPeng)과 같은 중국 EV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유럽 진출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피지컬 AI를 바탕으로 효율성 향상과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1 메르세데스-벤츠: 베를린-마리엔펠데의 디지털 실험
메르세데스-벤츠는 베를린-마리엔펠데(Berlin-Marienfelde) 공장을 피지컬 AI의 전진기지로 삼았습니다. 과거 내연기관 엔진의 주요 생산지였던 이곳은 '메르세데스-벤츠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MBDFC)'로 탈바꿈하여, 미래 생산 기술의 살아있는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 텍사스 로봇 기업 앱트로닉과 계약을 맺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생산 라인에 시범 도입했습니다. 아폴로는 주로 조립 키트 박스를 나르거나 부품을 검사하는 '사내 물류' 업무를 맡습니다. 아폴로 로봇은 메르세데스의 디지털 생산 생태계인 MO360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숙련된 작업자가 원격 조작을 통해 로봇에게 작업을 가르치고,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AI 모델을 학습시켜 완전 자율화를 앞당기는 데 사용됩니다. 숙련된 인간 작업자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조립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은 기존 설비인 '브라운필드(Brownfield)' 공장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 절감 효과를 냅니다. 좁은 통로, 계단, 인간 높이에 맞춰진 작업대 등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2 BMW: 피규어 02와 아이팩토리(iFACTORY)
BMW 그룹은 '린(Lean), 그린(Green), 디지털(Digital)'을 핵심으로 하는 iFACTORY 전략을 추진해 왔으나 2025년에는 피지컬 AI 도입을 통해 '디지털' 부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의 성공적인 테스트를 바탕으로, 독일 공장들에도 휴머노이드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 피규어 02 도입: '피규어 AI'의 최신 모델인 피규어 02를 차체 조립 공정에 시범 도입했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3배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췄으며, 인간의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 스마트 로보틱스 플랫폼: BMW는 특정 로봇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로봇 운영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어떤 로봇이든 BMW의 생산 시스템(iFACTORY)에 연결만 하면 바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3. 산업용 AI의 두뇌: 지멘스(Siemens)의 에이전트 AI
하드웨어에 BMW와 벤츠가 있다면, 소프트웨어에는 지멘스가 있습니다. 지멘스는 2025년, '코파일럿'을 넘어 '에이전트 AI'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3.1 "알려주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
- 자율적 문제 해결: 기존의 AI가 사람이 묻는 말에 대답만 했다면, 지멘스의 산업용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의 효율이 떨어지면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설비 파라미터를 조정하거나 물류 경로를 수정합니다.
- 생산성 50% 향상: 지멘스는 이 기술을 통해 고객사의 생산성이 최대 50%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SPS 박람회에서는 엔지니어링 전체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코파일럿 TIA'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3.2 산업용 메타버스
지멘스는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여 공장을 통째로 가상 공간에 복제했습니다. 로봇들은 이 '산업용 메타버스' 환경 안에서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한 뒤, 실제 현장에 투입됩니다. 지멘스는 공장의 디지털 트윈을 제공하고, 엔비디아는 물리 엔진과 AI 훈련 환경(Isaac Sim)을 제공합니다.

4. 독일 로봇 유니콘의 부상과 '빅딜'
2025년 하반기, 독일 로봇 업계에서는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 소식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4.1 애자일 로봇(Agile Robots): 제조 대기업을 삼키다
뮌헨에 본사를 둔 유니콘 기업 애자일 로봇은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단숨에 풀 스택(Full-stack) 로봇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 티센크루프 오토메이션 엔지니어링 인수 (25년 11월): 애자일 로봇이 독일의 전통 제조 강자 티센크루프의 자동화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애자일 로봇은 티센크루프가 가진 수십 년의 공정 노하우, 티어-1 자동차 고객사 네트워크와 글로벌 고객망을 확보했습니다. 티센크루프의 전통적인 조립 라인에 애자일로봇의 AI 기반 힘/토크 감지 로봇 기술을 이식하여, 경직된 자동화 라인을 '지능형 적응형 시스템'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인수된 조직은 '크라우제 오토메이션(Krause Automation)'이라는 이름으로 애자일 로봇 그룹 내에서 운영될 예정입니다.

- 아이디얼웍스(idealworks) 인수 (25년 9월): 이에 앞서 BMW의 물류 로봇 자회사인 아이디얼웍스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 이로써 애자일 로봇은 '로봇 팔' 기술에 '자율 주행' 기술까지 더하게 되었습니다.

4.2 뉴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 수천 대의 로봇 계약
인지 로봇(Cognitive Robot)을 만드는 뉴라 로보틱스 역시 2025년 11월, 대형 계약들을 성사시켰습니다.
- 셰플러(Schaeffler) 파트너십: 독일의 자동차 부품 기업 셰플러가 뉴라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2035년까지 수천 대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단순 도입을 넘어, 셰플러가 로봇의 관절 부품(액추에이터)을 공급하고 뉴라는 로봇 완제품을 제공하는 쌍방향 파트너십입니다.

- SAP와의 협력: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인 SAP와 손잡고, SAP 시스템이 직접 로봇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로봇을 SAP의 창고 관리 시스템(EWM)에 직접 연결해, 로봇이 SAP 시스템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게 됩니다. 공급망에 변동이 생기면, 로봇이 SAP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물리적 작업 우선순위를 스스로 재조정합니다.

독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의 피지컬 AI
피지컬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각국의 강점과 철학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표 1: 피지컬 AI 글로벌 경쟁 구도 비교 분석
독일의 피지컬 AI 현황은 '위기 속의 각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단순한 관망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지멘스는 산업용 AI의 OS를 깔고, 애자일 로봇과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하드웨어 생태계를 통합했으며, 자동차 기업들은 과감하게 최신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물론 도전 과제는 여전합니다. 에너지 비용은 높고, 규제는 복잡하며, 인재 확보 경쟁은 치열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결합',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통합'—으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2026년 이후에는 '인간 감독 하의 자율성(Human-on-the-loop)'에서 '완전 자율성(Human-out-of-the-loop)'으로의 점진적 이동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한 개별 로봇이 아닌 공장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사고하고 움직이는 '자율 공장(Autonomous Factory)'의 비전이 지멘스와 같은 기업들에 의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100년 기업(지멘스, 벤츠, 셰플러)이 스타트업(애자일, 뉴라)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피지컬 AI 전환 성공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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