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슈퍼브에이아이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 '몇 개 짓느냐'보다 '어떻게 돌리느냐'”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 논의가 시설 구축에만 쏠리는 경향을 짚었습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훈련장 데이터를 디지털 자산으로 가공·양산하는 '공정 중심' 모델을 제안하며, 관건은 '몇 개를 짓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정으로 돌리느냐'라고 강조했습니다.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가 올해 정책의 핵심 언어가 됐다. 업계에서는 전국 권역별 데이터 팩토리 구축이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차관이 관련 시연을 직접 참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피지컬 AI의 가장 큰 병목이 ‘데이터’라는 인식이 정부와 업계에도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데이터를 업으로 삼아 온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논의가 본격하되는 현시점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하나 있다. 해외 사례든 국내 구상이든, 현재의 데이터 팩토리 담론은 '시설'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로봇 훈련 시설, 중국 전역 40여 개소의 훈련센터, 1만 제곱미터 규모의 감지훈련센터 등은 공통으로 사람이 로봇과 1대 1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생산하는 물리적 훈련장 모델이다.
물론, 훈련장은 필요하다. 실제 로봇이 실제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데이터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훈련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산출량이 가동 시간에 묶인다. 사람과 로봇이 실제로 움직인 시간만큼만 데이터가 나오는 구조에서는, 결국 시설 수와 인력 규모가 데이터 양을 결정한다. 중국이 훈련센터를 전역 40여개소로 늘리는 물량전을 벌이는 이유다.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따라간다면 다시 자본과 규모의 게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몇 년 간의 언어모델 경쟁처럼 다시금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산출물이 소모된다. 촬영된 데이터는 한 번 학습에 쓰이고 나면 그대로다. 새로운 상황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사람과 로봇을 움직여야 한다. 공장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답이 보인다. 공장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공정이다. 원료가 들어와 가공을 거쳐 제품이 되고, 품질 검사를 통과해 출하되며, 이 과정이 반복 가능해야 공장이다.
이를 데이터 팩토리에 대입하면, 훈련장과 실환경 촬영을 통해 얻은 ‘원료’를 시뮬레이터가 이해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가공’ 공정이 필요하다. 걸어 들어갈 수 있는 3차원 공간, 체형과 자세가 분리된 행동 데이터, 물리 속성이 부여된 사물로 변환하는 자산화(공정)를 거쳐야 한다. 이후 이를 가상 환경에서 조합해 시점·조명·배치를 변환해 가며 데이터를 무한 생성하는 합성 과정(양산)을 수행해야 한다.
또, 복원 정합성과 기구학적 타당성을 수치로 검증하는 ‘품질관리’도 전 과정에 필요하다. 이러한 공정을 갖춘다면, 피지컬 AI 데이터 훈련장의 경제학 구조가 뒤바뀐다. 한 번 촬영된 데이터가 소모품이 아니라 재생산 가능한 자산이 되고, 시설 열 곳을 짓는 대신 한 곳의 산출물을 열 배로 불릴 수 있다.
결국, 시설 중심 모델과 공정 중심 모델은 배타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권역별 팩토리가 지어질수록 그 산출물을 자산화하는 공정의 가치가 커지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이 공정이 구상이 아니라 실제 구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해당 구조를 국내에서 실제로 가동해 왔다. 한국 가정환경 50개소에서 확보한 100만 프레임 이상의 실환경 영상을 3D 공간·행동·객체 자산으로 변환했고, 시뮬레이터에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즉,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는 한국에서 이미 한 차례 시제 가동을 마친 모델이다.
공정 관점에서는 두 가지 과제가 새롭게 도출됐다. 하나는 원료의 적법성이다. 올해 시행된 AI 기본법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을 촬영해 데이터로 만드는 일은 개인정보 처리 절차의 설계 역량을 요구한다. 해당 절차를 먼저 갖춘 쪽의 경험이 곧 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공정 중심 팩토리에서 라벨링 인력의 업무는 사라지지 않고 검증과 품질관리 그리고 시뮬레이션 운영으로 이동한다. 해당 전환을 설계하는 것까지가 팩토리 구축의 한 과정이다.
결국에는 권역별 데이터 팩토리 구축의 논의가 예산과 부지의 문제로 좁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정해야 할 것은 ‘몇 개를 짓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정 표준으로 돌리느냐’다. 훈련장에서 나온 원료가 자산이 되고, 자산이 무한히 재생산되는 공정까지 갖출 때, 데이터 팩토리는 물량전이 아닌 우리의 방식으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