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민주화는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것인가?: ChatGPT가 쏘아올린 거대한 신호탄

AI 민주화는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것인가?: ChatGPT가 쏘아올린 거대한 신호탄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대중의 뜨거운 반응은 본격적인 AI시대의 도래를 실감하게 한다. 인공지능에 회의적이던 사람들 조차 챗GPT의 놀라운 성능에 감탄하기 시작했으며, 누구나 고도화된 개인 챗봇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LLM App Store(초거대 언어모델 앱스토어)를 비롯해 수많은 B2C 서비스가 순식간에 세상에 등장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챗GPT를 활용한 기업들의 비즈니스의 성과는 예상외로 초라하다. 챗GPT를 활용해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고, 유료로 공개되는 OpenAI의 API에 의존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과 인컨텍스트 러닝(In-context Learning)으로 대표되는 챗GPT의 활용법들은 혁신이라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인공지능 기업들의 초라한 성과는 인공지능의 진입장벽 붕괴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공공재처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성질을 가지게 된 챗GPT 이후의 인공지능 시장은 완전경쟁의 성격을 띄게 되었으며, 기업들이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기 힘들게 되었다. 그동안 기술과 자본이라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신비주의속 베일에 쌓여있던 인공지능 업계가 이제는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민주화를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AI 민주화’라는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AI 민주화란, 개인과 조직이 쉽게 인공지능에 접근하고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류의 생산성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며, 소수의 엘리트 권력이 부와 지식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챗GPT는 출시된지 반년만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AI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으로 보인다. 챗GPT가 나오기 전까지 Python과 R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거나 통계학과 머신러닝/딥러닝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놀라운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인공지능은 똑똑한 사람들만 다룰 수 있으며, 기술 문명인과 구시대인을 나누는 매우 특별한 하이테크 툴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챗GPT는 인공지능 문외한들도 채팅창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었다. 이는 ‘AI로 인류를 이롭게 한다( Our mission is to ensure that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benefits all of humanity.)’는 OpenAI의 미션과도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며 바람직한 현상이다.

잘못된 정보와 환각현상(Hallucination) 그리고 윤리적 이슈를 비롯한 챗GPT의 단점들은 초거대 언어모델(LLM)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점차 보완될 것이다. 그리고 초거대 언어모델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AI 민주화는 완성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I 민주화로 우리가 기대하는 유토피아는 실현될 것인가?

거대 기업과 양극화의 그림자

챗GPT는 서비스 시작 후 두 달만에 사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3월 기준 누적 방문 횟수는 15억회를 넘어섰다고 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챗GPT를 접해보았거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단시간에 커다란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여준 플랫폼은 없었다.

OpenAI는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이외에도 API 호출 횟수와 토큰수(1000 토큰당 0.002~0.02달러)에 따라 사용자에게 과금을 하고있다. text-davinci 003나 GPT-4와 같은 고성능 모델에 대해서는 기존의 GPT-3 모델보다 더욱 높은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아무리 OpenAI가 ‘AI 민주화’를 미션으로 내걸고 있다고 해도, 수익화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생각할 때 피할 수 없다. 챗GPT의 시장 장악력이 증대될수록 OpenAI의 모델 수익화 전략은 더욱 노골화 될 것이다. 우리는 AI 민주화 시대에도 ‘프리미엄’과 ‘일반’ 사용자가 나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본의 우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개인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챗GPT를 사용할줄 모르는 개인들은 한없이 도태되고, ‘프리미엄’ 사용자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광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기업들 역시 양극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OpenAI는 지난 3월 기업을 위한 third-party plugin 지원을 발표했다. ChatGPT가 최신 정보에 안전하게 액세스 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제공하는 이 plugin은 앞으로 기업들의 ‘OpenAI 입점’을 위한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LLM의 신뢰성과 품질이 이슈가 되는 현시점에 사용자들은 plugin을 사용하지 않는 LLM App들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OpenAI가 선정하는 plugin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또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결국 현재의 구글이나 애플 스토어에 입점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앱 개발 서비스처럼 LLM을 활용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루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진정한 AI 민주화

수천년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은 단 한번도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실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물교환의 시대에 잉여자본이 생겨난 이후, 인간은 항상 자본의 우위를 통해 또다른 인간을 지배하며 안락한 생활을 누려왔다.

왕정과 시민혁명의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까지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왔지만, 이는 껍데기가 변한 것일뿐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 이쯤되면 ‘평등의 거부와 지배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기술의 발전이 ‘진정한 평등’을 실현해주기를 바란다면 이는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되어 인간이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더라도, 혹은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여 진정한 탈중앙화 사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평등해지기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유토피아의 실현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억제해줄 제3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문과 출신으로 AI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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