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데이터 맡기면 ‘막내 AI’ 나온다” 제조 AX의 함정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가 제조 AX의 출발점은 모델 선정이 아니라 숙련자의 판단 기준을 데이터에 담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이터 정리를 경험이 적은 직원에게 맡기면 '막내 AI'가 나온다며, 성과도 모델 정확도가 아니라 처리량과 재작업 감소로 평가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막내에게 데이터 맡기면 ‘막내 AI’ 나온다” 제조 AX의 함정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가 ‘전남광주 최고경영자 AX 마스터클래스’에서 ‘제조 AX 트렌드와 주요 혁신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헬로티 이동재 기자)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 “숙련자의 판단 기준을 데이터에 담아야”
모델 정확도보다 처리량·재작업 감소로 성과 평가…사람·설비·AI 역할 재설계 강조

같은 제품의 결함을 보고도 숙련자마다 불량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인공지능(AI)은 누구의 기준을 배워야 할까. 최신 AI 모델을 도입하더라도 학습 데이터에 현장의 전문성과 일관된 판정 기준을 담지 못하면 기대한 성과를 얻기 어렵다.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시작할 때 모델 선정에 앞서 살펴야 할 문제다.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는 지난 22일 광주에서 열린 ‘전남광주 최고경영자 AX 마스터클래스’에서 ‘제조 AX 트렌드와 주요 혁신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며, 현장의 판단 기준을 데이터로 정리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공급기업이 기술을 제공하더라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을 정답으로 볼 것인지는 제조기업이 책임지고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대표는 과거 철강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수십 년간 같은 현장에서 일한 전문가들도 동일한 결함을 서로 다르게 진단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작업자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판단을 AI에 맡기려면, 그동안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던 기준부터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AI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 정리와 분석을 경험이 적은 직원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숙련자의 지식이 필요한 작업을 단순한 자료 처리로 여기면 AI가 학습하는 전문성에도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부대표는 “막내가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 데이터로 만든 AI도 ‘막내 AI’가 된다”며 “AI를 아무리 좋게 만들려고 해도 막내의 전문지식이 데이터에 계속 쌓이는 구조가 된다”고 짚었다. 

그가 강조한 데이터 작업은 사진이나 수치를 많이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상태가 정상이고 어디부터 불량인지, 같은 형태라도 공정 조건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데이터에 정답을 붙이는 라벨링에도 해당 공정과 제품을 잘 아는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현장 담당자와 AI 개발자의 협업도 필수다. 이 부대표는 현장 부서와 AI 부서가 서로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해 협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개발자가 공정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개발자는 현장 담당자가 AI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면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막힐 수 있다. 

그는 “현장을 연구실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IT를 현장으로 데려가야 한다”며 현장 지식과 기술 역량이 실제 작업 공간에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정확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성과

▲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가 지난 22일 광주에서 열린 ‘전남광주 최고경영자 AX 마스터클래스’에서 ‘제조 AX 트렌드와 주요 혁신 사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헬로티 이동재 기자)

제조 AX의 첫 과제로는 반복적인 판단과 업무를 제시했다. 작업에 걸리는 시간, 하루 처리량, 재작업 비율을 확인할 수 있어 도입 전후의 변화를 비교하기 쉽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AI를 적용해보겠다는 접근보다 어떤 병목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먼저 정해야 과제 설계와 검증도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업무를 세부 동작으로 나눠야 한다. 이 부대표는 반도체 검사 공정을 예로 들었다. 작업자가 제품을 육안으로 살피고, 불량이 의심되는 제품을 옮겨 현미경으로 다시 확인하는 공정이라면 검사뿐 아니라 운반과 대기, 재검토까지 전체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 

그는 육안 검사와 확대 검사를 위한 영상을 한 번에 촬영하고, AI가 판정한 결과를 사람이 검토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자신이 살펴본 공정에서 운반과 검사 등을 합쳐 약 280초가 걸리던 흐름을 이처럼 재설계하면 12~13초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특정 공정의 설명 사례로, 핵심은 AI 모델 하나의 속도보다 작업 전체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있다.

이 부대표는 “현장의 전문지식과 상황을 파악한 뒤 작업을 잘게 쪼개 사람이 할 일, 자동화 설비가 할 일, AI가 할 일을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시험용 데이터에서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실제 생산 현장의 성과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조명이나 온도, 날씨, 제품 상태가 달라지고 학습 과정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결함도 나타난다. 오탐과 미탐에 대응하고, 경보 민감도 등을 운영 여건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AI 모델의 성능 수치와 함께 실제 처리량이 늘었는지, 같은 일을 다시 하는 비율이 줄었는지, 작업자의 부담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부대표는 병목 진단, 판정 기준 합의, 데이터 설계, 모델 검증, 현장 배치, 운영 확산을 제조 AX의 실행 단계로 제시했다.

 AI 도입 이후에도 사람의 역할은 남는다. AI가 1차 판정을 수행하더라도 전문가는 결과를 검토하고 판정 기준을 관리해야 한다. 새로운 생산라인에서 낯선 결함이 발생하거나 공정 조건이 달라지면 이를 다시 데이터에 반영해 학습과 운영을 이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부대표는 알고리즘과 연산 인프라는 외부 공급기업의 역량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장 데이터와 일하는 방식까지 모두 외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조기업이 축적한 경험을 데이터로 남기고, 이를 새로운 구성원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AX의 지속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은퇴하지만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은퇴하지 않는다”며 “결함을 사람의 눈과 머리가 아니라 시스템에 저장하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같은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