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브에이아이 “비전 AI로 제조강국 韓 이어간다” [AI 2026]

슈퍼브에이아이는 산업용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 '제로(ZERO)'를 통해 제조 현장의 AI 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낮췄습니다. 재학습 없이 이미지 한 장으로 결함을 탐지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LG AI연구원 및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의 스탠다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슈퍼브에이아이 “비전 AI로 제조강국 韓 이어간다” [AI 2026]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슈퍼브에이아이

한국이 세계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현장의 노하우가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이 현장에 인공지능(AI)의 눈을 달겠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창업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 국내외 100여개 기업에 비전 AI 솔루션을 공급해온 이 회사는 최근 산업용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 '제로(ZERO)'를 출시하고 140억원 규모의 프리 IPO(기업공개) 투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IT조선은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를 만나 한국 비전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비전AI 한계 넘어… 재학습 족쇄 끊는다

비전 AI는 오랫동안 구조적인 한계에 갇혀 있었다. 새로운 제품이나 공정이 도입될 때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을 처음부터 재학습해야 했다.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는데 3~6개월이 소요됐고, 산업 현장에서는 수십 개 모델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복잡성이 AI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슈퍼브에이아이의 제로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깼다. 텍스트나 이미지 프롬프트만으로 즉시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모델로, 나사 이미지 한 장을 보여주면 공장 전체에서 동일한 나사를 탐지해 수량이나 결함 등을 확인한다

성능도 수치로 증명됐다. 자체 구축한 산업용 벤치마크에서 구글 '오더블유엘브이2(OWLv2)',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로센스-2(Florence-2)', 중국의 '티렉스-2(T-Rex2)' 등과 비교해도 성능 격차를 크게 벌렸다. 효율 측면에서도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A100 GPU 수십장으로 개발한 모델을 제로는 8장으로 이를 능가했다. 김현수 대표는 "GPU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한국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데이터를 보는 능력과 선별 기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피지컬 AI 시대, 韓 제조업이 유리한 이유

피지컬 AI는 지난해 엔비디아 기술컨퍼런스 GTC를 기점으로 산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피지컬 AI의 눈과 뇌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피지컬 AI 하면 로봇을 떠올리는데, 로봇은 하드웨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소프트웨어 영역, 그 중에서도 '영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이 주변 상황을 눈으로 인지하고,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주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그 모든 시각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피지컬 AI야말로 한국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웹상의 텍스트 데이터가 풍부해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된 방어적 시장이지만, 산업용 영상 데이터는 다르다. 각 기업의 핵심 IP로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는 이 데이터를 실제로 보유한 곳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가진 한국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은 LG AI연구원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슈퍼브에이아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사업에서 LG AI연구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1차 평가에서 벤치마크, 전문가·사용자 평가 전 부문에서 최고점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는 "여러 컨소시엄 참여 제안이 있었지만, 멀티모달과 피지컬 AI 확장 전략 측면이 LG AI 연구원의 방향성이 가장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넘어 미국, 일본 공략

슈퍼브에이아이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창업과 동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AI 기업이라면 AI의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 진출은 고객사 확보 이후 이뤄졌다. 김 대표는 "일본이 제조 중심의 산업 구조, 고령화에 따른 자동화 수요, 정부 주도의 AI 전환 드라이브까지 한국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일본제철 등 대형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시장별 접근 방식도 차별화했다. 한국과 일본은 완성된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개발자가 직접 써보고 팀 단위로 확산시키는 개발자 툴 중심의 시장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AI 비전문가도 쉽게 쓸 수 있는 노코드 자동화를 핵심 철학으로 시장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발자 수가 적은 기업들을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최근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이 구조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GPU 인프라 만으로는 제조 현장에서 가치 창출이 어렵다"며 "실질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결합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슈퍼브에이아이는 엔비디아 인프라와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업이 본격화된 지 약 1년, 슈퍼브에이아이는 CES 2026에서 엔비디아가 선언한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 비전 AI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상장 후 목표는 산업 스탠다드"

피지컬 AI의 현재 수준에 대해 김 대표는 산업 분야별 성숙도가 크게 다르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발전소 제어와 같은 영역에서 AI의 오작동이 도시가 셧다운되는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 산업 현장 내 AI 도입은 기술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윤리적·법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 현장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제품을 두고도 20년 경력 작업자와 25년 경력 작업자가 다른 판단을 내리는 상황에서는 AI도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 그는 "규정을 디지털화하는 것 자체가 AI 도입의 시작이다.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리했는지에 따라 AI 도입 속도가 기업마다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올해 한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630억원이다. 이번 프리 IPO에는 한화자산운용 벤처 펀드와 포스코기술투자가 주축으로 참여했다. 

상장 이후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현수 대표는 "타깃 산업군에서 스탠다드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제조, 자율주행, 물류 등 핵심 산업에서 탑티어 기업들이 슈퍼브에이아이 솔루션을 채택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