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재해, 사전 예방으로…맞춤형 비전 AI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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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 현장에서 잇따른 안타까운 사고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를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사고 뒤의 임시방편적 조치가 아닌 사전 예방의 철저한 정착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소방관들이 여전히 화염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관련 기술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제대로 개발된다면 방위산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아무리 강화하고 현장 관리·감독을 늘린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기술이 빈틈을 메워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의 한 축인 비전 AI(보는 AI)는 기존의 안전 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실효성을 높이며, 법과 제도가 요구하는 ‘사전 예방’의 가치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전 AI는 24시간 지치지 않는 눈으로 현장을 지켜본다. 사람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를 감지하고, 작업자의 안전모·안전고리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한다. 추락이나 협착 같은 중대재해 위험 구역에 접근하면 즉각적으로 경고를 내리고 출입을 통제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위험 행동 패턴, 특정 시간대나 구역별 사고 발생 요인 등 모든 안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분석해, 경영 책임자가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돕는다.
문제는 범용 ‘지능형 CCTV’를 현장에 그대로 들여오는 것으로는 ‘사전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은 공정, 환경, 잠재 위험이 제각각인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범용 AI는 잦은 오탐지와 오알람을 낳기 쉽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큰 비용을 들여 지능형 CCTV를 도입했지만, 반복되는 경보 때문에 업무가 마비되자 결국 시스템 전원을 꺼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장치가 스스로 무용지물이 되는 아이러니다.
따라서 기술적 가능성을 말로만 떠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게 만들려면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각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안전 AI’를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범용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신의 산업 현장과 필요에 맞는 데이터를 직접 구축하고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 정교한 안전 AI 개발에 양질의 현장 데이터가 필수적이지만, 많은 기업이 핵심 자산인 데이터의 외부 반출을 꺼리는 현실적 장벽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산업 안전 데이터의 관리 및 개방을 주도하여 생태계를 확장하고, 기업들이 데이터 설계 및 구축 바우처 등을 통해 고품질의 ‘초기 맞춤형 AI 모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이렇게 개발된 AI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 리빙랩(Living Lab)’ 실증이다. 맞춤형으로 개발된 AI 모델이라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가득한 실제 현장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완벽히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실제 공장이나 건설 현장을 살아있는 실험실로 활용하는 리빙랩 방식의 실증 사업을 국가적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인 고객이 되어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 검증을 통해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면, 큰 비용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이 결국 꺼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기술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제도의 정비, 그리고 기업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사전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기술 또한 책임 있는 태도로 응답해야 한다.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전 AI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기술 커뮤니티가 함께 힘을 모아 기술의 잠재력을 현장의 실질적 변화로 연결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