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업의 성공에 있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인공지능 사업의 성공에 있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산업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과연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이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ChatGPT 서비스가 공개되고 나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수십개의 스타트업들이 나타났습니다. Stable Diffusion 같은 생성형 모델의 대중화 까지 고려하면 수백개 이상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놓치기 쉬운 두 가지 주제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AI 와 UX

요즘 IT 업계 뿐 아니라 지식산업과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ChatGPT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그들은 ChatGPT에 대해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인공지능에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ChatGPT가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을 들었고, 실제로 써 봤을 때 충격적일 만큼 근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경험하는 감동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용자 경험 입니다. 새로운 모든 경험이 충격적이거나 혁신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ChatGPT가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지식 검색 서비스 입니다. 수많은 링크를 열어 보지 않아도 되고, 답변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 입니다.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평소 자신이 작업하면 3-4시간 걸리던 일을 5분 내로 끝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강력함에 압도 됩니다. 여기까지는 언론이나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이야기 했던 내용들 입니다.

그런데, 미디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바라보지 못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몇가지 있습니다.

- 검색엔진을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 사용자 경험
- 콘텐츠 가공 능력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아래의 두 가지는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ChatGPT가 검색엔진에 결합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먼저, 구글이 화들짝 놀라서 BARD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을 서둘러 소개했던 사건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BARD가 답변한 오류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뤘고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이 Open AI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기업 입니다. 양자 컴퓨터까지 개발중인 구글에 있어 OpenAI는 현실적으로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 구글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검색 엔진은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서 제공하는 서비스 였습니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찾아 준다면 검색엔진 만큼이나 정확도, 정밀도를 필요로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답변에 결함이 존재한다면 섣불리 대중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 중심인 구글의 대응은 매우 합리적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Open AI는 무모하고 도전적이었습니다.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이나, 인공지능의 정확도에 대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과감하게 공개하고 체험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ChatGPT를 써보면서 장점과 단점, 효용성과 위험성을 논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미디어를 통해서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발견 합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찾아냅니다.

사람들이 검색엔진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은 정보 뿐만 아니고, 콘텐츠 또한 많았던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구글에서 찾으려고 시도했고, 또 좌절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그런 콘텐츠를 검색어 몇개 던져서는 찾아내기 힘들었습니다. 구글 검색엔진은, 검색 결과는 많지만 딱히 참고할만한 콘텐츠가 없고, 수 많은 검색결과를 분석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에 중도에 지쳐버리는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몇 개의 단어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면, 구글 검색 엔진은 가장 안전한 방식을 사용 합니다. 단어가 포함된 모든 결과를 수백만 ~ 수천만 건 보여주는 방식 입니다. 검색 결과에서 제외 한다는 것은 검색엔진 입장에서 정확도와 성능을 깎아먹는 리스크를 의미하기 때문에 모두 포함 시키는 방식 입니다. 정보를 취급하기에 완벽한 방식 입니다.

ChatGPT의 경우는 가장 위험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단 하나의 글로 답변을 하는 방식 입니다. 사용자가 물어본 내용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답변을 보여줍니다. 가짜 정보나 오류를 포함하고 있어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와 소재와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훌륭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콘텐츠가 사람이 요구하는 형태로 최적화 되어 제공 됩니다.

최근 몇주간, ChatGPT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사람들이 그토록 원했던 사용자 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술적, 문화적, 개인적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ChatGPT는 몇 마디 말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글을 써 주었습니다. 원하는 콘텐츠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즐거워 했습니다.

서비스는 정보 중심으로 설계 되었는지, 콘텐츠 중심으로 설계 되었는지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보 중심의 사고를 하는 CEO와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생각하는 CEO 사이에서는 서비스의 결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기술에만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은 UI/UX 디자이너에게만 맡겨 두고, 경쟁 기업들과는 기술 경쟁을 합니다. 모든 리소스와 생각이 기술에 쏠려 있을 때, 사용자 경험은 그저 UI적인 요소로만 인식될 뿐입니다. 가치에 대한 충분한 지불의사를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 기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완성도 수준과 상관 없이, 대중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 합니다.

기술이라는 레이스에 한껏 달아오른 기술 기업들은, 대중들의 사용자 경험이나 소비 심리를 하찮게 바라 볼 수도 있습니다. 숭고한 가치를 표방하는 기술적 측면만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이 고갈되고, 매출은 늘지 않고, 서비스는 외면 당할 때, 기술기업들은 숭고한 가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술 기업들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기술을 잘 아는 UX 리서치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 전문가는 기존에 많이 대중화된 인공지능 기술만을 활용해서도 고객의 어필링 포인트를 잘 찾아내고, 풍부하고 훌륭한 경험 설계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수년 전 개발된 알고리즘만 가지고 법률 서비스를 개설해서 수천억원의 매출과 투자를 만들어 낸 회사들은,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이 왜 기술보다 앞서야 하는지를 말해 줍니다.

현실적으로는, 인공지능 전문 지식을 보유한 UX 설계 전문가는 해외에서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세가지를 모두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IT 개발능력과 수학적 분석력을 갖춰야 하는 인공지능 개발자,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UX 리서치 능력. 때문에, 장기적인 인재 양성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앞으로 위기에 처하게 될 인공지능 기술기업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인공지능 UX를 진지하게 들여다 보아야 할 때 입니다.

- TCO (Total Cost of Ownership)
TCO는 매우 낯선 용어 입니다. 장치산업 등에서 드물게 사용되는 용어 입니다. 좀 더 대중적인 용어로 설명 하자면 ROI(Return Of Investment) +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의 결합 입니다.

ROI를 먼저 설명 드리면, 투입된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지표 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단위나 서비스 단위 또는 AI 서비스 단위로 보았을 때 얼마나 많은 수익을 벌어다 줄 것이고 얼마나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해서 다른 비즈니스 확장을 도모할 것인가를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재무적 고려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가파른 성장 곡선에 있기 때문에 기술확보와 함께 전략 수립을 같이 해 나간다고는 하지만, 기술 부채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을 곧잘 맞딱뜨립니다.

고 비용 저효율의 늪에 어떻게 빠지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다양한 개발 및 양산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서비스 되기 시작 합니다. 수년 또는 수십년이 지나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는 시점까지를 서비스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되는 비용들은 단계별로 달라지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계가 운영유지보수 단계 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은 그럴 겨를이 없다보니, 초기 서비스 런칭에 투자된 금액만 바라보고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몇년은 서비스를 유지할 것이고 얼마나 자주 업그레이드 할 것인가? 얼마의 개발비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은 얼마일까?


ChatGPT를 런칭한 OpenAI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서비스 호스팅 비용이 대충 1억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하는데 현재 유료 가입자 수준으로는 운영비가 더 많이 드는 구조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장치산업으로 넘어온 것이 10년 이상 됩니다. GPU를 사용하기 시작 하면서 장치에 대한 발생비용에 따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와 개발하기 어려운 회사가 나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치 산업에서 흔히 쓰이던 TCO 모델이 적합할 수 밖에 없고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혁신성과 차별화를 드러내고 수많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서 숨어있는 비용 (Hidden Cost), 숨어있는 비용들 가운데 기술부채 (Technical depth)를 면밀하게 파악한 후에 서비스나 솔루션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 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입니다.

여기서 기술부채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기술 부채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서비스화 할 때 발생 합니다. 가상의 스타트업 A가 딥러닝 엔진을 개발했다고 가정을 해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딥러닝 엔진 자체만 가지고는 상품화 되기 어렵기 때문에 웹/앱 서비스를 모두 출시합니다.


- 웹서비스를 구성하기 위해 딥러닝 추론엔진을 위한 고비용 GPU 서버를 추가합니다.
- 널리 홍보하다 보니 사용자가 늘어나고, 웹서버 및 GPU 서버를 증설합니다.
- B2C 대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고 유료화 가격정책을 정합니다.
- 온라인 결제 시스템 까지는 붙이고 정산은 사람이 수동으로 합니다.
- 잠재고객 요구사 쏟아지다 보니, 빠른 솔루션 출시를 위해 솔루션의 파편화를 감수하고 무리수를 둬서 다양한 솔루션을 출시합니다. (플랫폼화는 꼭 할거라는 약속과 함께)
- 다양한 솔루션이 출시 되면서,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QA 조직을 뽑습니다.
- 다양한 솔루션들간의 버그패치와 개선점이 도출 되면서 동일 모듈의 중복 개발과, 파편화된 솔루션이 전혀 다른 구조의 솔루션으로 진화 합니 다.
- 여전히 플랫폼은 없기 때문에 모든 신규 솔루션은 파편화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 하나의 DevOps, MLOps , CI/CD(통합 배포 자동화, Continuous Integration, Continuous Deployment) 체계를 적용할 수 없어 수동으로 모든 작업을 하기 위해 운영유지보수 개발자 및 인력을 채용 합니다.
- 매출감소 및 적자를 감수하고 플랫폼화를 시도하려다가 여러차례 중도에 포기합니다.
- 플랫폼화에 성공한 후, 서버 비용과 실수를 줄이기 위해 DevOps/MLOps 개발자를 뽑습니다.
- 실험용 모델을 서비스 배포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CI/CD를 구축하게 됩니다.

가상의 기술기업 A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 봤습니다. 알파벳으로 써진 구간은 기술부채가 발생하는 구간들이며, 이 구간에서 노력 대비 엄청난 비효율 극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기술부채가 쌓여서 더이상 손 쓰기 힘든 시기가 되면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자동차 엔진만 보더라도, 비효율적인 차량 엔진으로 사업을 버티다가, 엔진을 구조설계부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설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때 막대한 자금이 투입 됩니다.

기술기업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적절한 리소스 투자를 위해서도 다음과 같은 4가지, 또는 더 이상의 질문들을 항상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RPA라는 업무 자동화 기술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효용성 논의는 불필요 합니다. 인공지능은 RPA보다 훨씬 고비용, 그보다 훨씬 더 큰 고효율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기술의 쓰임새에 따른 비용 구조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동안 예상되는 일들을 고민해 보고 액션을 구체화 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보다 더 중요한 두 가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사람들이 지불 가능한 비용에 대한 것입니다. 그 두 가지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철학적, 미디어적, 사용자 경험적 관점에서 AI를 해석하고
구조를 설계하는 연구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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