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과 생성형 AI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체 단백질 구조는 오랜 시간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까지만 해도 인간이 밝혀낸 인체 단백질의 구조는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불과 3년 만인 2023년 약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고, 이 덕분에 36만 5000여 종의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이 가능해졌고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간이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tati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억 달러(약 13조 원)였던 인공지능 헬스케어의 세계 시장규모는 연평균 46.2 %로 가파르게 성장해 2030년경에는 187억 달러(약 250조 원)의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성형 AI는 기존의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에 비해 한층 개선된 성능을 바탕으로 우리의 건강과 관련된 더욱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료 및 처방 분야에서도 의료 전문가를 보조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의사를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어떻게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를 혁신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헬스케어 시장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되는 분야
1. 신약개발
바이오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 가운데 후기 임상시험 단계까지 도달하는 케이스는 100만 개 중 1개꼴이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빨라도 10년이며, 평균적으로 1조 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이 실패했을 경우 이처럼 막대한 비용은 모두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높다. 성공 시 높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생성형 AI는 약물 후보물질의 설계 및 예측을 빠르게 수행함으로써 신약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생체분자 데이터를 생성하고, 예측 및 이해를 돕는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인 '바이오네모(BioNeMo)'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사는 암젠, 케이던스, 인실리코 메디슨, 아스텔라스 등 100개 이상의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암젠은 물질 스크리닝 및 최적화를 5개 모델에 훈련하는 시간을 3개월에서 단 몇 주로 단축했다. 미국의 제약회사 인실리코의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를 위한 약물의 분자구조를 설계하여 비용을 10분의 1, 시간은 3분의 1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인공지능이 이 약물을 설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6일에 불과했으며, 임상 2상 실험까지 걸린 시간은 4년에 불과했다고 한다.
2. 진료 및 처방
의료 전문가의 진료 및 처방 오류는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지만, 그동안 오진과 처방 오류에 대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는 의사와 약사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에 대한 의존율이 타분야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분야에 인공지능 도입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알고리즘은 환자 개개인의 진료 이력에 대한 문맥 파악 및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반영하는 능력이 부족해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주기도 했다. 의료전문 월간 신문 청년의사에 따르면 국내의 한 병원에서 대장암 환자 656명에 대해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를 적용한 결과 일치 비율이 49%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전문지의 논문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단어와 구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시맨틱 검색(Semantic Search)을 활용하면 환자 개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치료법을 맞춤형으로 찾아내거나, 임상시험에서 조사 중인 추가적인 수십 가지의 치료 옵션을 활용하는 등 환자 진료 및 처방을 위한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한다.
3. 질병 조기 발견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측하는 질병 조기 발견 분야에서도 생성형 AI의 활용이 기대된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여 최적의 의료 계획을 제공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다량의 의료 데이터를 모니터링 및 분석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X-Ray, CT 스캔, MRI 자료 등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취합하여, 상관관계를 찾아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징후를 감지해낼 수 있다.
이스라엘에 기반을 두고 있는 Viz.ai라는 회사는 인공지능에 기반해 뇌졸중 감지 및 치료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회사가 개발한 의료 영상 플랫폼은 AI 기반 솔루션으로 CT 촬영,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을 포함한 의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뇌졸중, 동맥류, 폐색전증과 같은 특정 질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식별해 의사에게 초기 징후를 경고한다. 생성형 AI가 방대한 양의 의료 영상 데이터와 결합하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과 출신으로 AI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