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AI 고민…‘맞춤 솔루션’으로 딱 [내일은 천억클럽]
![저마다 다른 AI 고민…‘맞춤 솔루션’으로 딱 [내일은 천억클럽]](/content/images/size/w2000/2025/04/250404_-------------AI--------------------------------------------------------_0.png)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78.4%는 도입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AI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은 30.6%로 절반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 도입률은 23.8%에 불과하다. 기술 부족(34.6%)과 비용 부담(23.1%)이 주된 이유다. 이에 기업이 필요한 AI 서비스를 쉽게 구축할 수 있게 지원하는 AI 솔루션 업체가 늘고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도 그중 하나다. 2018년 설립돼 국내 대기업과 토요타, 닛폰스틸(일본제철) 등 해외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슈퍼브에이아이는 최근 영상 관제 솔루션 부문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고객사 확보는 투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35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어느새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490억원에 달한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성장세를 앞세워 2026년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다.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로 시작
김현수 대표 중심 5인 공동 창업
슈퍼브에이아이는 1990년생 김현수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개발자다. 미국 듀크대 전자공학과와 생명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AI와 로보틱스 분야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러다 2016년 SK텔레콤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입사해 SK텔레콤 연구원에서 AI 스피커 개발, 티맵 사용 시간 오차 단축 등을 맡아 진행했다. AI 연구 과정에서 연구에 쓰는 시간보다 데이터 구축 등에 과도하게 시간을 뺏긴다는 점을 아쉬워하다 아예 창업을 결심했다. 김현수 대표는 “기업에서 AI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정말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였다. 그걸 직접 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차문수 최고기술책임자(CTO), 이현동 부대표, 이정권 3D 비전 팀 리드, 이종혁 영상 분석 TF 리드와 함께 2018년 슈퍼브에이아이를 설립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설립 초기 이미지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로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업계 ‘인형 눈알 붙이기’로 통하는 데이터 라벨링은 일종의 AI 과외로 생각하면 된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 사진 자료에는 “이게 강아지야”라는 설명을 붙여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이다. 그간 AI 학습을 도운 건 사람이다.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슈퍼브에이아이는 AI가 AI를 과외하는 형태로 바꿨다. AI가 직접 가르치게 만들어 효율성을 개선하고, AI가 도와줄 수 없는 부분만 사람에게 검수 작업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직접 느꼈던 아쉬움을 기반 삼아 출사표를 던진 만큼, 성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설립 직후부터 고객사 문의가 쇄도했고 데이터 라벨링 기술을 두고 인수합병(M&A) 러브콜도 쏟아졌다. 김 대표는 “총 5명이 공동 창업자인데 투표를 해서 만장일치가 나오면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결정했다”며 “하지만 5명 모두 매각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생각은 똑같다. 여전히 AI 시장은 거대하고 우리는 아주 조금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AI 올인원 서비스로 확장
“엔드투엔드 목표로 개발”
데이터 라벨링으로 업계 인지도를 높인 슈퍼브에이아이는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장했다.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 모델은 기본이고 앞단에 놓인 학습 데이터 선별과 자동화 이후 단계인 데이터 후처리, AI 모델 학습·진단, AI 모델 적용·배포까지 개발 관련 전체 사이클을 아우르는 올인원 ‘슈퍼브 플랫폼’을 내놨다. 김 대표는 슈퍼브 플랫폼을 두고 “엔드투엔드(End-to-end) 형태를 목표로 했다”며 “AI를 현업에 적용하려는 기업 중 대다수가 데이터 설계는 A기업, 알고리즘 개발은 B기업 등 각각 파편화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물론 여전히 특정 서비스만 원하는 기업은 해당 서비스만 구매할 수 있다”면서도 “서비스 범위를 넓힌 뒤 고객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LG전자 등 100여개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엔 제조업과 건설업, 물류업 부문을 겨냥한 영상 관제 솔루션도 내놨다. 영상 관제 솔루션은 AI 기술을 활용해 다수 영상을 분석하는 게 포인트다. 핵심 기술인 객체 감지(Object Detection)와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이미지 분류 모델을 통해,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 중 화재 연기 감지부터 차량 인식, 얼굴 인식, 쓰러짐과 이상 행동 감지 등 다양한 상황을 식별한다. 또 영상 내 특정 객체를 고유 식별해 시간이 지나거나 환경이 변해도 그 객체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영상 관제 솔루션은 고객이 원하는 객체를 정확히 탐지하는 기술이 부족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며 “슈퍼브 영상 관제 솔루션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법인을 설립하고 주요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선 퀄컴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고객이고 일본 시장에선 토요타 등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는 보다 적극적인 영업을 위해 글로벌 IT 유통 업체 TD시넥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계 100여 개국 15만곳 이상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김 대표는 “미국과 일본 모두 연간 기준으로는 약 2배가량(매출과 수주) 성장 중”이라며 “매출 규모는 양 국가 모두 비슷하다”고 들려줬다.
2026년 IPO 목표
기술특례 상장 도전
남은 과제는 2026년 목표로 한 IPO다. 이미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9월 135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슈퍼브에이아이는 투자금 대부분을 인력 확보에 집행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다만 일각에선 급하게 IPO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수 대표는 “시리즈D 투자 유치 등 추가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다 보면 사모펀드(PEF) 투자자가 늘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술특례 상장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고민을 묻는 질문엔 “지금까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만 제공했다면, 지난해 슈퍼브 플랫폼의 온프레미스(구축형) 버전을 내놨다. 이를 가장 적합한 몇 개 산업군에 타깃해 마케팅하는 게 좋을지, 만약 그런 전략을 취한다면 어떤 산업군이 가장 적합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솔루션은 크게 온프레미스 방식과 클라우드 방식으로 나뉜다. 대다수 AI 솔루션 기업은 클라우드 방식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다. 기존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호스팅된 API로 쉽게 배포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워낙 클라우드 관련 규제가 산적해 있고 방산처럼 클라우드 활용이 어렵고 외산 소프트웨어 사용이 불가한 분야가 있어 사내 전산실 서버에 직접 설치해 쓰는 온프레미스 방식의 AI 솔루션 수요가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