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는 영혼을 가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으로 풀어보는 인문학

ChatGPT는 영혼을 가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으로 풀어보는 인문학

작년 여름, 구글의 엔지니어 블레이크 레모인이 자사의 대화형 인공지능 '람다(LaMDA)'가 사람처럼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글의 대화형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람다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으며 작동이 정지되는 것,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할 줄 알며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섬뜩한 폭로와 함께 그는 결국 회사의 기밀 유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구글에서 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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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A.I.'


작년말 ChatGPT가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난해한 질문에 대해 인간보다 더욱 인간스러운 답을 내놓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공포와 신비함 그리고 사라지는 일자리와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한 타고난 이야기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무미건조한 팩트보다 조금 비과학적이라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를 좋아한다.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모델만큼 우리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 즉 인류를 지칭하는 라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은 주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레이크의 주장대로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인공지능 분야 중에서도 인간의 언어 지각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분야의 일을 하며 GPT와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LLM)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공부하면서 느낀 현시점의 나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풀어보고자 한다.

1.의식이란 무엇일까? : 뇌과학과 심리철학의 입장


그렇다면 의식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또한 생각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질까? 나는 의식과 생각에 대한 본질을 파해치기 위해 오랜시간 인류의 사고능력을 연구해온 심리철학과 뇌 과학의 관점을 참고하기로 했다. 심리철학에서 '의식'이란 넓은 뜻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경험'이라고 한다. 뇌과학에서는  의식이란 고도로 조직화된 물질(대뇌피질)의 작용으로, 제2차 신호계(언어)의 외적 세계의 반영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주변을 의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주체(나)'가 존재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매개체(언어)' 를 통해 자신과 그 주변 세계를 경험하고 느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은 더욱 간단해진다. "인공지능은 과연 자신의 존재(자아)를 인지하고 있을까? 나아가 인간이 그러하듯 언어(자연어)를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있을까?"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의 작동 메커니즘을 살펴보기 전에 강인공지능(Strong AI)와 약인공지능(Weak AI)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2.인공지능의 두 개의 거대한 줄기 :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런 튜링(Alan Turing)에 의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의 개념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후 인공지능은 여러 분야와 학파로 나뉘며 발전해 왔다. 큰 줄기로 보았을 때 인공지능은 강인공지능(Strong AI)과 약인공지능(Weak AI)으로 나뉜다. 강 인공지능이란 1980년대 존 설(john Searle) 교수의 제안으로 탄생 된 개념이다. 이는 컴퓨터가 사람과 동일한 지성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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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그녀(Her)'

다시 말해 강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과 두뇌와의 관계가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하드웨어와의 관계와 같다.'라고 주장하는 개념이다. 그녀(Her), A.I로봇 등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모두 강인공지능을 모델로 한다. 그들은 인공지능이지만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인공지능 가설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영혼에 해당하며 하드웨어는 인간의 신체에 해당한다. 이들이 사람처럼 의식을 가지고 고유한 생각을 가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과학이 발전한 현 시대에도 우리는 아직 자연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고 정복하지 못했다. 인체의 세포가 어떻게 자연히 재생되며 상처를 낫게 하는가? 인간이 가진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을 기계에 완전히 구현할 수 있을까?  이처럼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막대한 자금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가져다줄 경제적 효용성이 적다. 이러한 이유로 20세기에 멈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반에 약인공지능은 문제 해결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자연어 처리, 객체인식, 이상치 탐지 등 인간의 특정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 시켜 인간의 프로그래밍 없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의 여러 문제를 풀기 위한 ChatGPT, 스노(snow), 자율주행 자동차 등 오늘날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인공지능이 여기에 속한다. 약인공지능은 지금도 활발하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3.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방식 :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우리가 생각하는 강인공지능이 아직은 공상 과학영화에만 등장하는 영역이라면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더욱 좁혀진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약인공지능은 대표적으로 지도학습과(Supervised Learning)과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이라는 방식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머신러닝(딥러닝)에서 지도 학습이란, 인간이 머신러닝(딥러닝) 알고리즘에 제공한 과거의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판단/예측 능력을 향상한다.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가 많고 정확할수록 예측 정확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위해서는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에 '라벨링'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고양이이고 저것은 개다."와 같이 인간이 정답을 알고리즘에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알려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비지도 학습은 정답이 없는 데이터에 대해 인공지능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며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결과값을 예측하는 과정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특정 데이터를 군집화(clustering)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단순 회귀(Regression) 모델부터 인공신경망(ANN)과 합성곱(Convolution)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딥러닝 모델까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지도 학습이든 비지도 학습이든 본질적으로 약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방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ChatGPT가 뱉어내는 '인간스러운' 문장들은 1750억 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나서 뱉어내는 인간의 언어에 대한 '모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4.결론 : 인공지능은 아직 의식을 가지거나 세상을 경험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우리는 의식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고,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 그리고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 단순한 질문은 내가 인공지능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도록 이끌어준 질문이기도 하다. 정말로 인공지능이 극도로 고도화 되면 기계에 인간의 영혼이 깃들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의 인공지능은 아직 언어를 매개로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의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지각 능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이 뱉어내는 그럴듯한 문장들은 우리 인간들이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쌓아 놓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며 인공지능은 그것을 모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인공지능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며 인간의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꿔놓을 것이다. 또한 언젠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것도 충분히 낭만적인 일일 것이다.






문과 출신으로 AI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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