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개발자' 김현수 대표 "모든 산업 AI 도입 가속화"
28세 창업, AI 데이터 구축·관리 '척척'…한·미·일 확장, 2026년 IPO 도전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인공지능(AI)은 다른 모든 섹터를 변화시킬 '슈퍼섹터'로 불린다. 모든 산업이 AI로 인해 더 빠르고 편리하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관련 서비스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번 긴장하면서 AI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천재 개발자'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사진)는 일찌감치 변화의 시장에 주목했다. 1990년생인 그는 미국 명문 듀크대 전자공학과와 생명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재원이다. 2016년 박사과정을 밟던 중 SK텔레콤에 스카우트 돼 연구 개발자로 일한다. 그러던 중 AI 산업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의 파고를 포착한다.
2018년 슈퍼브에이아이를 창업한 뒤, 기업들이 AI를 쉽게 개발하도록 돕는 AI 플랫폼을 선보였다. AI 개발의 첫 단추인 '데이터 라벨링'을 자동화하면서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정제해 잘 학습할 수 있게 해줘야 성능 좋은 AI가 개발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데이터 구축·선별·가공·관리·분석부터 모델 학습·배포까지 'AI 개발 전과정'을 커버하고 있다.
창업 스토리: AI 개발 '페인 포인트', 해결사로 등판
김 대표가 창업을 꿈꾼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듀크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학업에 전념했다. 바로 직전인 2015년 '알파고'가 인간과 바둑 대결에 나서 승기를 잡은 이후 'AI 쇼크'가 지구촌을 덮쳤다. 김 대표는 그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로 떠들썩한 시기, SK텔레콤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면서 "자율주행, 챗봇, 게임 등 '제2의 알파고'로 떠오를 분야를 연구하는 선행 조직을 만들었는데 연구원을 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SK텔레콤에서 1년 6개월을 개발자로 일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AI 개발의 '빈틈'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연구에 온전히 쓰는 시간보다 데이터를 구축하고 가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효율적인 연구가 어려웠다. '눈알 붙이기'에 비유되는 데이터 라벨링이 가장 큰 난제였다. 보통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기존에 수많은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다.
김 대표는 "AI 산업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데이터 구축 관련 기술 개선이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같은 생각을 지닌 동료들과 힘을 모았다. 이정권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종혁 공동창업자, 차문수 공동창업자, 이현동 공동창업자와 함께 2018년 4월 슈퍼브에이아이를 창업했다.
슈퍼브에아이이 비전은 '누구나 쉽게 AI 개발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첫 단추는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였다. 슈퍼브에이아이가 주력한 오토라벨링(자동화 라벨링)은 1차로 AI가 사물을 자동 탐색해 라벨링 작업을 완수한 후, 자동 해결이 어려운 작업만 사람에게 검수 작업을 요청하는 식이었다.
성장 터닝 포인트1: 와이콤비네이터와 실리콘밸리행
2018년 10월, 창업 후 반년 만에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AI 영역만큼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 미국은 시장이 가장 클뿐더러 전세계 유수의 개발자가 몰려드는 시장이다. 자체 개발한 혁신적인 플랫폼과 기술력을 통해 가장 큰 시장에서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엑셀러레이터(AC)인 와이콤비네이터 투자를 받게 되면서 분기점을 맞았다. 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 등을 배출해 유명한 곳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중에서도 미미박스, 샌드버드, 시어스랩, 미소, 숨고 등이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쳤다.
김 대표는 "3개월 동안 회사 운영법, 채용법, 세일즈법, 투자유치법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면서 "좋은 기술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풀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투자유치 기회가 주어지는데, 와이콤비네이터는 비즈니스모델(BM) 구축을 비롯해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덧붙였다.
슈퍼브에이아이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AI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초 와이콤비네이터, 듀크대, 뮤렉스파트너스, KT인베스트먼트, 페가수스테크벤처스 등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투자자들이 슈퍼브에이아이에 25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기술적 우월성을 내세우기 보단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은 지금도 종종 되새기곤 한다"고 언급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2: 데이터 라벨링→AI 개발 전주기 커버
2020년 데이터 라벨링 기술을 고도화하던 중 솔깃한 제안을 받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인수 제안이 온 것이다. 김 대표를 포함한 슈퍼브에이아이 공동 창업자들은 진지한 고민을 이어갔다.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의 손을 잡는 것은 개인, 회사 차원에서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다.
김 대표는 "익명투표를 통해 '만장일치'가 나온다면 (인수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의견이 모여졌다"며 "결과는 5명의 창업자 모두 '매각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AI 시대를 받쳐주는 것은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구축, 관리하는 시장에서 슈퍼브에이아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AI 개발의 모든 과정을 서포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타깃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데이터 설계부터 구축, 가공에 이어 모델 학습 및 배포, 모니터링까지 AI 모델과 관련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인원 서비스로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유형과 분포를 분석해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를 쉽게 선별하거나 학습한 모델을 진단할 수 있는 ‘슈퍼브 큐레이트’ △자동화 도구로 선별 데이터를 간편하게 라벨링 할 수 있는 ‘슈퍼브 라벨’ △최종 선별된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 진단, 배포하는 ‘슈퍼브 모델’ △각종 생산성 도구 모음인 ‘슈퍼브 앱스’ 등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어떤 기업이든 우리 제품을 인프라로 도입하면 AI 개발을 쉽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개발 전 주기를 커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뒤 타깃 고객이 넓어졌다"며 "과거에는 AI 개발력을 갖춘 정보기술(IT) 기업이 타깃이었다면, 이젠 모든 산업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승승장구했다. 김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발간하는 세계적 IT 전문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한국 35세 미만 최고 혁신가’ 13명 중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부터 매년 선정한 이들 중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도 포함됐다. 당시 한국 수상자가 처음이었다.
현재 고민: 글로벌 진출과 버티컬 밸류체인 확장
슈퍼브에이아이는 리벨리온, 아마존웹서비스(AWS), 토요타, 삼성, LG전자, 퀄컴,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국내외 1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코딩이나 머신러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AI를 개발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딥러닝 모델을 생성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올해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타깃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일본은 2023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에게 해외 진출은 필연적인 미션"이라며 "모든 산업에 AI 도입을 가속하는 게 저희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전통 산업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과거 제조, 반도체, 철강 등은 한국의 기반 산업으로 불렸다. 전통산업에 AI 도입을 지원하게 되면 제품 효율화도 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장에서 쌓아온 인프라를 AI 플랫폼 위로 옮기는 셈이다.
김 대표는 "전통산업에서 버티컬(특화) AI 기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면, 보안 관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카메라, 관제 플랫폼을 비롯한 여러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라벨링부터, 카메라, 관제 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과정을 패키지로 통합해서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면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 물류, 유통, 보안을 비롯한 전통산업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 버티컬 사업 확장 기회를 엿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총 17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산업,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 프로젝트를 다루며 상용화 수준의 고성능 AI를 구축하는 역량을 쌓아왔다"라고 언급했다.
향후 계획: 2026년 IPO 목표, 사업적 성과 우선 집중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김 대표는 "2025년 기술성평가와 예심청구를 시작으로 상장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올해는 투자유치를 통해 분야별 전문 인력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해 AI 생태계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투자건은 지난 2022년 220억원 규모 시리즈B 라운드이다. 누적 투자금은 355억원이다. 와이콤비네이터, KT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듀크대학교, 산업은행, KT&G , HL D&I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분야별 전문 인력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외 사업을 보강해서 탄탄한 실적을 쌓을 것"이라며 "상장 시점 목표하는 기업가치는 없지만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매출을 낸다면 주가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AI 생태계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기존 사업모델을 생성형AI 분야로도 확장했다. 소량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량의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제조과정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나 실내 화제 등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를 지원한다. 영상 내 검색 기술도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 해당 기능을 AI CC(폐쇄회로)TV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